눈이 오는 한 겨울에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당신의 퇴근무렵에 따뜻한 붕어빵 한봉지 사 들고 당신이 내리는 지하철 역에서 서 있겠습니다. 아무말 하지 않고도 당신의 피로한 어깨를 느끼겠습니다. 당신이 들어오는 당신의 집에 향내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구수한 된장찌게 냄새로, 때로는 보리차 끓이는 냄새로, 때로는 만개한 소국들의 향내로, 때로는 진한 Chanel의 향기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아도 당신이 늦게까지 불 켜놓은 당신의 방에서 담배연기 자욱해 하며 책을 볼때, 나는 슬며시 레몬 넣은 홍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미모와 외모로서 당신 곁에 잠시 머무르는 여자로서가 아니라, 나는 당신의 가장 가까운 벗으로서 있어도 없는 듯, 없으면 서운한 그런 맘 편한 얘기 털어 놓을 수 있는 그런 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던 어느날 난 그만 실수로 줄을 놓치고 말았다. 강아지는 난생 처음 온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던지 전속력으로 그동안 감추어뒀던 질주본능을 발휘하여 달려나가고,순식간에 점점 멀어지는 고 놈을 잃을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확 밀려 왔다. 난 오직 잡아야 한다는 그 생각에 죽어라 하고 뛰어 쫓아갔지만 내가 뛰면 뛸수록, 그 모습을 살살 돌아보면서 우리 못된 강아지는 더욱 그 숏다리를 부지런히도 돌려서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럴수록 점점 우리 사이는 멀어지고, 도저히 잡을수가 없었다. -난 그때 처음 알았다. 다리의 길이보다는 다리의 숫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러다 내가 지쳐 더이상 따라 가지 못하고 멈춰 서버리고 말았다. '헉헉...이제 끝이야.저 놈을 못볼지도 몰라.' 숨이 턱까지..